청각장애인의 동반자, ‘수화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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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의 동반자, ‘수화통역사’ | ||||||
지역 최초 수화통역사 박성혜 씨 | ||||||
2014년 02월 06일 1126호 [(주)경주신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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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모가 병원으로 달려왔다. 산모는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해야만 했다. 산모에게 수술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를 해줄 수 없었다. 출산을 앞둔 산모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달랐다. 청각장애가 있었다. 산모는 말하지 못했고 의사는 수화를 알아볼 수 없었다. 보호자로 온 남편 역시 청각장애인이었다. 산모는 고통스러워했고 시간은 흘러만 갔다. 남편은 수화를 통역해줄 사람을 찾아 이리저리 문자를 보낸다. 잠시 후 임신 9개월쯤 돼 보이는 산모가 병원으로 달려왔다. 수화통역사였다. 통역사에게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면 그녀는 산모와 남편에게 전했다. 통역사는 산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곁에서 수화로 대화를 나누다 수술실에 들어서야 곁을 떠났다. 수술이 끝났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했다. 수술실 밖에는 통역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임신 9개월 된 통역사는 병원을 떠나지 않고 가족들에게 수술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난 산모를 병실까지 옮겨다 주고서야 병원을 떠났다. 박성혜(33) 수화통역사는 휴대전화기를 곁에 두고 산다. 통화 대신 간단한 문자로 청각장애인과 대화한다. 급한 일이 생기면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한시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한다. 밤낮도 없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만화 ‘짱가’ 주제가처럼 아무리 피곤해도 달려간다. “예전에 청각장애인이 교통사고가 났었습니다. 누가 봐도 장애인이 피해자인데 오히려 상대방이 피해자라며 우기며 몰아세웠죠. 제가 당해도 억울한데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죄를 씌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각장애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곁을 지켜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그녀는 지역에서 2005년부터 활동한 1호 수화통역사다. 장애인의 손과 발은 되어주지 못하지만 그들을 대신해 생각을 전하는 대변인이다. 수화통역사는 사명감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경찰서, 병원, 법원, 시청, 일반 상점 등 농아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야 한다. "통역사는 단순히 농아인들의 말을 전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동반자입니다” | ||||||
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 [출처:경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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