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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공감콘서트장 청각장애인들 난생 처음 제대로 노래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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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선영
댓글 0건 조회 2,658회 작성일 14-08-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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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공감콘서트장 청각장애인들 난생 처음 제대로 노래 듣다

‘나다 뮤직 페스티벌’ 첫 공연 르포

전수민 기자
입력 2014-08-08 03:57
[르포] 공감콘서트장 청각장애인들  난생 처음 제대로 노래 듣다 기사의 사진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나다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서 시각장애인 가수 이동우씨가 팝송 'Fly me to the Moon'을 부르고 있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미디어아트 영상과 자막이 실시간 제공됐다. 서영희 기자
“우와, 예쁘다.”

객석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팝송 ‘Fly to the moon’ 연주가 시작되면서 무대 뒤 대형스크린에 나타난 빛이 원형으로 일제히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피아노 선율이 리듬을 타자 동그란 불빛은 넓이와 모양, 흐름을 달리하며 움직였다. 가수의 미세한 바이브레이션에도 불빛은 찬란히 흔들렸다.

지난 6일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나다 뮤직 페스티벌(NADA music festival)의 첫날 공연이 열렸다. 장애는 감각의 ‘부재’가 아닌 ‘차이’라는 취지로 청각장애인이 일반인과 라이브 공연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연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다원(多元)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의 ‘나다’는 소중한 ‘나’가 ‘다(전부)’가 된다는 뜻이다.

공연장 곳곳에는 일반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낯선 장치들이 눈에 띄었다. 3년째 사회를 맡고 있는 방송인 홍록기(45)씨 곁에선 수화통역가 조성현(48)씨가 홍씨의 입담을 전하느라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사회적협동조합 에이유디와 속기 자원봉사자들은 무료 애플리케이션 ‘쉐어타이핑’으로 홍씨 발언을 무대 우측 작은 스크린에 실시간 자막으로 전송했다.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체감형 진동스피커가 등받이에 설치된 객석도 등장했다.

첫 번째 가수로 그룹 틴틴파이브 출신 이동우(44)씨가 선글라스를 쓴 채 지팡이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 올랐다. 이씨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2010년 실명 판정을 받았다.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자 이내 불빛 하나 없는 암흑이 공연장을 뒤덮었다. ‘암전 공연’이었다. ‘암전 공연’은 시각이 사라졌을 때 활성화되는 다른 감각들을 통해 온몸으로 공연을 즐길 기회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팝송 ‘What a wonderful world’의 반주가 어둠 속에서 시작되자 음악 외의 모든 게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주변에 다른 관객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음악에 자연스럽게 끌려들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가사의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히 눈앞에 펼쳐졌다.

암전 공연이 끝나자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일반 스피커보다 깊은 진동을 실은 음향이 귓전을 울렸다. 동시에 무대 뒤 대형스크린에선 실시간으로 소리를 시각화하는 현란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졌다. 청각장애인들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다채로운 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었다. 점, 선, 도형, 그림, 빛, 색의 움직임과 흐름이 총동원됐다. 리듬과 강약에 따라 화면은 춤을 췄고 이를 따라 관객들도 몸을 들썩였다.

공연을 마친 이씨가 “우·열반, 문·이과,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자와 여자,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 뭐든지 나누길 좋아하는 우리나라는 서로 배척하는 데 익숙하지만 집단이기주의를 부수고 모두 섞여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1급 시각장애인인 이기현(33)씨가 리더로 있는 하수상밴드의 공연이 시작됐다. 소리에만 의존해 음악 작업을 하는 그는 악기 20여개를 다루는 실력파 뮤지션으로 통한다. 하수상밴드는 암전 공연을 시작하면서 “비상구 불빛 때문에 완전한 암전이 아니니 우리 모두 눈을 감는 게 좋겠다”며 소리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200여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오후 10시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청각장애를 가진 고등학생 김진호(18)군은 “진동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록 공연을 볼 땐 사람들의 환호성이 모든 감각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며 “웅장하고 굉장한 이 경험을 장애를 가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인 박규민(36) 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도 “암전 공연을 접할 기회는 드문데 이동우씨 목소리가 참 감미로웠다”고 말했다.

감동은 장애인 관객의 몫만이 아니었다. 친구 소개로 동생과 엄마를 데리고 공연장을 찾은 대학생 정경빈(22·여)씨는 “듣지 못하는 분들과 어떻게 음악을 함께 즐길지 궁금해서 왔는데 정말 뜻 깊은 공연이었다”며 “무심코 보고 듣고 지나치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 미디어아트 전시, 라이브 공연 등을 선보이는 페스티벌 나다는 9일까지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드림홀과 서울 서교동 복합문화예술공간 ‘네스트 나다’에서 이어진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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